14.명시 감상

晩自白雲溪復至西岡口少臥松陰下作(만자백운계부지서강구소와송음하작)/이서구(조선)-명시 감상 2,055

한상철 2022. 11. 6. 23:25

晩自白雲溪復至西岡口少臥松陰下作(만자백운계부지서강구소와송음하작)

-저녁에 백운계에서 다시 서강의 입구에 이르러 잠시 누웠다가 솔 그늘에서 짓다 


      이서구/조선
讀書松根上(독서송근상) 솔뿌리 위에서 책을 읽노라니
卷中松子落(권중송자락) 책 가운데로 솔방울이 떨어지네
支笻欲歸去(지공욕귀거) 지팡이 짚고 돌아가려 하니(길을 나서니)
半嶺雲氣作(반령운기작) 고갯마루에 구름 기운이 이네 (번역 한상철)

* 李書九(1754~1825)는 자가 洛瑞, 호는 惕齋 혹은 薑山, 素玩亭, 席帽山人 등이다. 시에 뛰어나 이덕무, 유득공, 박제가 등 서얼 시인과 함께, 조선 후기 四家詩人으로 일컬어진다. 그는 전주 이씨 왕족의 후손으로, 벼슬은 판서까지 올랐다. 그러나, 평생 벼슬을 싫어하여 숨어 살고자 했다.
* 감상; 이 작품의 백운계는 오늘날 포천에서 화천으로 넘어가는 개울로, 그가 한때 은거한 곳이다. 길을 가다가 솔뿌리 위에 앉아 잠시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면 졸음이 오는 법, 시원한 솔 그늘에서, 시인은 짧은 단잠을 잤다. 잠을 깨운 것ᄋᆕᆫ 책으로 떨어진 솔방울 소리다. 제1구와 제 2구가 동시상황으로 전개되어 있지만, 그 사이에 제법 시간이 흐른 것이다.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가? 순간 당황스럽다. 지팡이를 짚고 나서니 어느새 저녁이 가까워 고갯마루에 구름이 일기 시작한다.

* 다음카페 도향 에세이 프란치스코 님에서 인용 수정.(2021.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