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문 감상

茶歌(차가)-謝孟諫議簡惠茶(사맹간의간혜차)/노동(盧仝, 당)-명문 감상 57

한상철 2024. 4. 25. 16:50

茶歌(차가)

<謝孟諫議簡惠茶(사맹간의간혜차)>

-간의대부(諫議大夫) 맹간(孟諫)이 차를 보내준 것에 사례하다

       盧仝(노동)/당

日高丈五睡正濃(일고장오수정농) 해가 한 발이나 높도록 잠이 바로 깊었는데

軍將扣門驚周公(군장구문경주공) 군장(軍將)이 문 두드려 주공(周公)의 꿈 놀라 깨게 하였네

口傳諫議送書信(구전간의송서신) 입으로 전하기를 간의대부(諫議大夫)가 서신 보내다 하니

白絹斜封三道印(백견사봉삼도인) 흰 비단에 비스듬히 봉하고 세 개의 도장을 찍었구나

開緘宛見諫議面(개함완견간의면) 봉함(封緘) 열자 완연히 간의대부(諫議大夫)의 얼굴 보는 듯하니

首閱月團三百片(수열월단삼백편) 첫번째로 월단(月團) 삼백 편 보았노라

聞道新年入山裏(문도신년입산리) 들으니 새해의 기운이 산속에 들어와

蟄蟲驚動春風起(칩충경동춘풍기) 땅속에 숨어 있던 벌레 놀라 움직이고 봄바람 일으킨다네

天子須嘗陽羨茶(천자수상양선다) 천자(天子)는 모름지기 양선(陽羨)의 차 맛보셨을 것이니

百草不敢先開花(백초부감선개화) 온갖 풀들 감히 차보다 먼저 꽃 피우지 못했으리라 (10)

仁風暗結珠蓓蕾(인풍암결주배뢰) 온화한 바람에 살며시 진주같은 꽃봉오리 맺히니

先春抽出黃金芽(선춘추출황금아) 봄에 앞서 황금같은 싹 돋아났으리라

摘鮮焙芳旋封裹(적선배방선봉과) 신선한 싹 따서 향기롭게 볶아 곧바로 싸서 봉함(封緘)하니

至精至好且不奢(지정지호차부사) 지극히 정(精)하고 지극히 좋으면서도 사치하지 않다오

至尊之餘合王公(지존지여합왕공) 지존(至尊)께서 드신 나머지는 왕공(王公)에게나 적합한데

何事便到山人家(하사변도산인가) 어인 일로 곧 산인(山人)의 집에 이르렀나

柴門反關無俗客(시문반관무속객) 사립문 다시 닫아 세속의 손님 없으니

紗帽籠頭自煎喫(사모롱두자전끽) 사모(紗帽)로 머리 감싸고는 스스로 차 끓여 마신다오

碧雲引風吹不斷(벽운인풍취부단) 푸른 구름 같은 차 연기 바람을 끌어 끊임없이 불어대고

白花浮光凝碗面(백화부광응완면) 흰 꽃 같은 차 거품 빛이 떠 찻잔 표면에 엉겨 있네 (20)

一碗喉吻潤(일완후문윤) 첫째 잔은 목과 입술 적시고

二碗破孤悶(이완파고민) 둘째 잔은 외로운 고민 달래고

三碗搜枯腸(삼완수고장) 惟有文字五千卷(유유문자오천권) 셋째 잔은 마른 창자 헤쳐주니, 오직 뱃속에는 문자 오천 권이 있을 뿐이라오.

四碗發輕汗(사완발경한) 平生不平事(평생불평사) 盡向毛孔散(진향모공산) 넷째 잔은 가벼운 땀을 내니. 평생에 불평스러운 일, 모두 땀구멍 향해 흩어지게 하네

五碗肌骨淸(오완기골청) 다섯째 잔은 살과 뼈대(肌骨)를 깨끗하게 하고

六碗通仙靈(육완통선령) 여섯째 잔은 신령(神靈)을 통하게 하며

七碗喫不得也(칠완끽부득야), 唯覺兩腋習習淸風生(유각양액습습청풍생). 일곱째 잔은 마실 것도 없이. 오작 겨드랑이에 날개 돋아 습습히 청풍이 일음 느끼네

蓬萊山(봉래산) 在何處(재하처) 玉川子乘此淸風欲歸去(옥천자승차풍욕귀거) 봉래산(蓬萊山)은 어느 곳에 있는가 옥천자(玉川子)는 이 청풍(淸風) 타고 돌아가고 싶다오

山上群仙司下土(산상군선사하토) 산 위의 여러 신선들이 하토(下土)를 맡았으나

地位淸高隔風雨(지위청고격풍우) 지위가 청고(淸高)하여 풍진(風塵) 세상과는 막혔네(30)

安得知百萬億蒼生(안득지백만억창생) 어찌 알겠는가 백만억조의 창생(蒼生)들이

命墮顚崖受辛苦(명타전애수신고) 운명이 높은 벼랑에 떨어져 고통 받음을

便從諫議問蒼生(변종간의문창생) 곧 간의대부(諫議大夫)에게 창생을 묻노니

到頭合得蘇息否(도두합득소식부) 필경에는 마땅히 소생(蘇生)함을 얻겠는가 (34)

○ 軍將扣門驚周公(군장구문경주공) : 《論語》에 孔子가 말씀하기를 “내 다시는 꿈에 주공을 뵙지 못하였다.” 하였다. 扣(구) : 두드릴 구.

○ 丈五(장오) : 五丈 또는 1丈 5尺이라 한다.

○ 月團(월단) : 둥근 달 모양으로 떡처럼 만든 차(茶)를 말한다.

○ 陽羨茶(양선차) : 양선(陽羨)에서 생산되는 차로, 양선(陽羨)은 상주부(常州府) 의흥현(宜興縣) 동남쪽에 있는데, 좋은 차의 명산지로 알려져 있다.

○ 紗帽(사모) : 깁으로 짠 모자.

○ 習習(습습) : 사늘한 바람이 가볍고 보드랍게 잇달아 붐.

○ 玉川子(옥천자) : 작자인 노동(盧仝)의 호(號)이다.

○ 山上群仙司下土(산상군선사하토) : 山은 전설에 神仙이 살고 있다는 三神山의 하나인 봉래산(蓬萊山)을 가리키고 下土는 인간세(人間世)를 가리킨 것이다.

○ 到頭合得蘇息否(도두합득소식부) : 도두(到頭)는 끝내, 또는 결국의 뜻이며 합득(合得)은 당득(當得)과 같은 말로, 이덕홍(李德弘)의 《艮齋集》續集 4권에 “도두(到頭)는 지면(地面)ㆍ지위(地位)의 뜻이니, 결국에 이르러서는 마땅히 창생들을 소생하게 하겠느냐고 말한 것이다.” 하였고, 金隆의《勿巖集》에는 “도두(到頭)는 본래 중국말인데, 정확한 뜻은 자세하지 않다. 대개 그 지두(地頭)에 이르렀음 말한 것이니, 지두는 지면(地面)ㆍ지위(地位)와 같은 뜻이다. 合은 合當과 같으니 결국에 이르러서는 마땅히 창생들을 소생하게 하겠느냐고 말한 것이다.” 하였다.

* 이 시는《詩林廣記(시림광기)》 전집(前集) 8권에 실려 있는 바, 제목이〈붓을 놀려 맹간의(孟諫議)가 새 차를 보내준 것에 사례하다[走筆謝孟諫議寄新茶]〉로 되어 있다. 맹간의는 《萬姓統譜(만성통보)》에 “맹간(孟簡)은 자(字)가 기도(幾道)이니 평창(平昌) 사람이다. 시를 잘 하였고 節義를 숭상하였다. 宏辭科에 합격하였고 연이어 승진하여 諫議大夫에 이르렀다.《新唐書》列傳 85권에 傳이 있다.” 하였다. 이 시와 范希文(范仲淹)의〈鬪茶歌〉는 모두 훌륭한 작품으로 거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데, 다만 노동은 “至尊께서 드신 나머지는 王公에게나 적합한데, 어인 일로 곧 山人의 집에 이르렀나.[至尊之餘合王公 何事便到山人家]” 하였고, 범희문은 “북원의 천자에게 장차 바치려 하면서 숲속의 영웅호걸들 먼저 아름다움을 다투네.[北苑將期獻天子 林下雄豪先鬪美]”라고 하여 대조를 이루고 있다.

* 티스토리 공수래 인용 수정.(2021. 5. 24)

 

 

노동(당)의 차가. 사맹간의간혜차. 금학산 소희헌 주초(疇肖) 제. 32.7×41cm 시키시. 나팔꽃과 버마재비가 그려져 있다. 글씨와 낙관이 마음에 든다. 글씨를 쓴 이의 발문이 뒤(좌)에 넉 줄 따로 있다. 필자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