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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다방-풍속도 엿보기/반산 한상철

한상철 2024. 4. 30. 18:22

서울시내 중심가에 옛날 식 다방이 몇 군데 남지 않았다.

2024. 4. 29(월) 오후는 덥다. 17:00~전철 제 3, 4호선 충무로역 8번 출구에서 모처럼 박춘근, 조정기 문우와 만나, 부성빌딩 지하 쌈밥집으로 이동해 이른 저녁을 먹는다. 이어 충무로 초원다방까지 걸어가 커피를 마신다. 예전 큰 다방에는 뮤직박스가 있어, 디스크 자키가 손님의 신청곡을 틀어주든 정서를 이제는 맛볼 수 없다. 담배 연기 자욱한 곳에서, 마주 앉아 연애담과 애환을 나누든 정든 '추억의 공간'이 시대에 밀려 사라졌다. 방가위지(方可謂之), 풍속사(風俗史)의 변천이다. 입하가 가까이 오니, 해도 제법 길어졌다. 19:10 쯤 나온다. 땅거미가 진 거리는 새하얀 이팝나무꽃이 밝혀줘 꽤나 운치 있다...

* 졸작 세정산보 시조 한 수

37. 이팝나무에게 (2015. 5. 12)

배고픈 시절에는 보리도 귀했는데

풍성히 달린 이밥 고봉으로 퍼올까

굶는 자 이제 없으니 어두운 밤 밝혀요

 

* 물푸레나무과의 교목으로, 5~6월 경 특히 입하(立夏) 전후에 만개하며 향기가 좋다. 육도목(六道木) 또는, 입하나무〔立夏木〕라 한다. 식물 전체가 건위, 지사제로 쓰이고, 꽃은 중풍치료에 쓴다. 열매는 9~10월 경 검게 익으며, 전설을 간직한 한국고유종이다. 쌀밥처럼 생긴 하얀 꽃무리는 어두운 밤에 내린 눈처럼 보기 좋다. 근래 도시 가로수로 많이 심는다.

* 세상은 참 어지럽고 캄캄하다. 지식은 넘쳐나도, 지혜가 빈곤하다. 이제는 ‘현철(賢哲)의 이밥’을 먹자!

* 사견이지만, 살구나무, 배나무와 함께 우리나라 국화로 추천하고 싶은 나무다.

* 《동방문학》 제 79호 2016. 2월

* 학명 제 1-211번(197면) ‘이팝나무꽃’ 시조 참조.

* 졸저 정격 단시조집 『鶴鳴』(학명-학이 울다) 제1-37번(48면). 2019. 6. 20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 졸저 『一枝春』 (한국 하이쿠) 봄 1-65(17면) 참조.

 

초원다방. 주인 유 여사가 찍어준다. 여기는 왕년의 배우들이 자주 드나든다. 진고개 맞은 편 골목 안. 

 

이팝나무 가로수. 노포 진고개를 배경 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