太白山下早行至橫渠鎭書崇壽院壁(태백산하조행지횡거진서숭수원벽)
-태백산을 내려오자마자 횡거진에 있는 숭수원으로 가서 시를 지어 벽에 쓰다
蘇軾(소식)/송
馬上續殘夢(마상속잔몽) 전날 밤 모자란 잠을 말 위에서 자다가
不知朝日升(부지조일승) 아침해 가 뜨는 것도 모르고 있었네
亂山橫翠幛(란산횡취장) 어지러운 산은 푸른 만장 처럼 가로 지르고
落月澹孤燈(락월담고등) 지는 달은 외로운 등불 마냥 담박해지네
奔走煩郵吏(분주번우리) 분주한 역참 아전을 번거롭게 만들었고
安閑愧老僧(안한괴로승) 한적한 노스님에게 부끄럽기도 하네
再遊應眷眷(재유응권권) 그리워 돌아보다 다시 놀러 올 때는
聊亦記吾曾(요역기오증) 애오라지 일찍이 다녀간 나를 기억해주오 (번역 한상철)
▶ 橫渠鎭(횡거진): 지명. 산시陝西 미현眉縣 동쪽에 남쪽으로는 진령秦嶺에 기대고 북쪽으로는 위하渭河를 대하고 있다.
▶ 崇壽院(숭수원): 횡거진에 있던 사원으로 유불도儒佛道 삼교三敎를 합일하여 신앙하던 곳이었다. 송대宋代에 관학關學을 창립한 장재張載의 강학과 인연이 있던 곳으로, 나중에는 횡거서원橫渠書院으로 개명하였다.
▶ 殘夢(잔몽): 어수선하여 온전하지 못한 꿈을 가리킨다. 잠이 모자란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육유陸游는 「殘夢」이란 시에서 ‘風雨滿山窗未曉, 只將殘夢伴殘燈(비바람 가득한 산 창은 밝지 않았는데 / 깜박이는 등불 아래 비몽사몽 잠 설치네)’이라고 했다.
▶ 亂山(난산): 맥을 이루지 않고 높고 낮은 산들이 어지럽게 솟아 있는 것을 가리킨다.
▶ 郵吏(우리): 옛날 역참驛站에 소속된 소리小吏, 즉 구실아치를 가리킨다.
▶ 眷眷(권권): 그리워서 자꾸만 돌아보는 것을 가리킨다. 뜻이 한결 같은 것을 가리킨다.
* 이 시는 함련(제 3, 4구)이 백미인데, 본 역자는 작가의 의도를 최대한 존중해 달리 풀이했다.(한상철 주)
짙푸른 산봉우리 만장처럼 솟아 있고/등불 같던 달 혼자 말없이 지고 있네.(인용문)
* 가우嘉祐 4년(1059) 10월, 모친의 시묘를 마치고 도성으로 돌아온 소식蘇軾은 동 6년(1061)에 응시한 '제과고시制科考試'에서 3등으로 급제한다. ‘백년제일百年第一’이란 찬사를 듣게 되는데, 1등과 2등이 명목으로만 설치해둔 등위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장원이었다. 이 고시는 '과거고시'와 달리, 대신의 추천을 받은 사람에게만 응시자격이 부여되고,1차 예시를 거쳐 황제가 친히 출제한 고제考題로 시험을 치르게 된다. 송나라 3백년 역사에서 과거고시로 선발된 진사가 4만 명을 넘지만, 22차례 시행된 '제과고시'를 통과한 사람은 단지 41명 뿐이다. 한 차례 시험에서도 2명이 통과하기도 어려운 시험이었다. 급제한 그 해에 바로 대리평사, 첨서봉상부판관을 제수받았다. 위 시는 이듬 해인 가우 7년(1062) 2월, 관중關中 지역에 반 년 넘게 가뭄이 들어 그 피해가 심해지자. 황제의 명령으로 태백산에 올라 기우제를 지낸 뒤, 산을 내려와 숭수원에 들렀을 때 시를 지어 사원 벽에 적은 것이다. 말 위에서 잠을 잤다고 한 것을 보면, 이른 시간에 산에서 내려온 것일 텐데, 말을 관리하는 역리들이 윗사람들을 수행하느라 동분서주하는 것을 보며 미안해 한다. 찾아온 관리들로 인해 수행에 지장을 받았을 수행자들에게도 민망해하는,심성 고운 스물 일곱 젊은 관리 소식의 모습을 눈 앞에서 보는 듯하다.
[출처] 소식 - 태백산하조행, 지횡거진, 서숭수원벽|작성자 들돌. 네이버 블로그 인용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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