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己亥雜詩(기해잡시)/공자진(청)-명시 감상 2,434

한상철 2025. 5. 9. 09:45

己亥雜詩(기해잡시)

 

龔自珍(공자진)/청

其五

浩蕩離愁白日斜(호탕리수백일사) 호탕하게 근심을 떠나 보내니 해는 기울고

吟鞭東指即天涯(음편동지즉천애) 시 읊고 말에 채칙질해 동쪽을 가리키니 하늘 끝이네

落紅不是無情物(락홍부시무정물) 떨어진 꽃도 정이 없는 것은 아니니

化作春泥更護花(화작춘니갱호화) 봄에 진흙이 되어 다시 꽃을 지켜주리

 

其一百二十五

九州生氣恃風雷(구주생기시풍뢰) 중원에 새바람이 일어 개혁을 해야 하는데

萬馬齊瘖究可哀(만마제음구가애) 하나같이 말 없으니 슬프지 아니한가

我勸天公重抖擻(아권천공중두수) 하느님에게 권하노니 거듭 힘을 내시어

不拘一格降人才(부구일격강인재) 인재들 마음껏 뜻 펼치게(내리게) 하소서 (번역 한상철)

▶ 浩蕩(호탕): 광활하다. 웅대하다.

▶ 白日(백일): 낮. 태양. 시절.

▶ 天涯(천애): 하늘가와 바다 끝. 아득히 먼 곳. 서로 멀리 떨어지다.

▶ 落紅(낙홍): 낙화. 떨어진 꽃잎.

▶ 九州(구주): 고대로부터 사용되어 온 중국의 고칭古稱이다. 천하를 아홉 개의 행정구역으로 나눈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 生氣(생기): 신선한 기상

▶ 恃(시): 의지하다. 의존하다.

▶ 風雷(풍뢰): 기세가 크고 맹렬한 충격의 힘을 나타내며, 여기서는 과감하고 패기 있게 추진하는 개혁을 가리킨다.

▶ 瘖(음): 목소리를 잃어 말을 하지 못함. ‘萬馬齊瘖’은 사람들이 모두 침묵을 지키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원 뜻은 만 마리 말(馬)이 모두 벙어라다.

▶ 天公(천공): 하느님. 조물주. 황제로 읽기도 한다.

▶ 抖擻(두수): 분발하다. 진작하다. 왕성한 모양. 불교용어에서는 ‘頭陀’와 같이 쓰인다.

▶ 不拘一格(불구일격): 한 가지 형식이나 표준에 국한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 기해잡시己亥雜詩라 이름 붙인 연작시는, 청말淸末의 사상가이자 문학가인 공자진龔自珍이 1839년(기해년)에 쓴 315편의 연작시로, 그 중 5번째 작품과 125번째 작품이 특히 널리 알려져 있다. (125번째 작품을 220번째 작품으로 적고 있는 자료도 있다)

* 공자진龔自珍 (1792~1841); 자는 이옥尔玉 또는 슬인璱人이다. 다른 이름으로는 이간易簡, 자는 백정伯定, 또 다른 이름은 공조鞏祚, 호는 정암定盦, 우릉산민羽琌山民을 썼다. 저쟝浙江 인화仁和(지금의 항주杭州)사람이다. 대대로 관리를 지낸 학자집안에서 태어났다. 청나라 선종宣宗 도광道光 연간(1821~1850)에 진사가 되었고, 벼슬은 예부주사禮部主事를 지냈으나 관직을 내놓고 고향으로 돌아가 정치적 개혁을 주장하였다. 학술상으로는 금문경학파今文經學派에 속하며 경세치용經世致用을 주장하였다. 시를 쓰는 데 있어서 상상력이 기발하고 언어가 아름다워 사람들에게 ‘공파鞏派’라고 불렸다. 《존은尊隱》, 《병매관기病梅館記》 등의 명편을 남겼으며, 위의 《기해잡시己亥雜詩》도 유명하다. 문집으로 《정암문집定庵文集》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