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수필 평론

산정무한을 읽으며-덕조당 씀-다음카페에서 옮긴 글

한상철 2017. 9. 18. 20:32

다음 카페. 힌문공부합니다. 자유게시판 德操堂 蔡鍾根 작  2017. 9. 13. 22;05 게재.


시조집 산정무한을 읽으며


반산 한상철님은 내게는 고교 선배 되신다. 대구상고 37회.

보내주신 시조집 <산정무한>을 펼쳤다가

온 세계의 명산 고산의 이름 앞에 완전히 압도 되었다고나 할까.

산에 화하신 분.

범인이라도 그 많은 산을, 그토록 오랜 시간 다녔다면

나오는 말에 산의 기운이 배어 있을 터인데

시심을 가진 시인이 그러했다면 어떤 시나 시조가 나올지

상상하기 힘들다.

사마천이 <사기>를 쓰기 전에 젊은 시절 역사의 현장을 두루

답습하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이 주는 웅혼함을 후인들이

그리도 닮고 싶어한 것을.  

나 같이 국내의 명산 조차 다닌 것이 몇 군데 되지 않은 사람으로서

그 정신의 깊이나 높이를 가늠하기 힘들다.  

허균이든가 이규보이든가의 글에서

"내가 불교 전적을 접하지 않았더라면 헛살뻔 했다."라는 구절을 본적이 있다.

대자연이 거대하고

그 자연에 비해 인간의 왜소함이란 벼룩의 똥 보다 나을 것도 없다는 사실을

나는 이런 저런 전적을 통해 추상할 따름이요

우리 한상철 선배님은

쿰부히말

안나푸르나

타이완의 태로각 협곡

필리핀 마욘 화산

안데스

킬리민자로

몽블랑

이런 산들을 직접 밟으시고 체험하신 분.

그때그때마다 터져나온 경탄과 막을 수 없는 슬픔을 시조집에 담으시니

아아, 부럽다.

 

안나푸르나 봉 아래  따또파니란 곳에서 읊은 시조

 

한 때는 등짐 지고 신나게 일했지

앙상한 뼈마디에 절뚝거린 늙은 나귀

성쇠는 유전하는 겨 무상할 손 인간사.

 

한 마리 절뚝 거리는 나귀 그림자에서 무상을 보고 계심인가.

 

짐꾼의 휘파람은 하산 길 재촉하나

뜨거운 유황온천 번뇌 푸는 명약이라

인간은 육근을 데우나 원숭이는 뭐 데워

 

이는 인도네시아 란자니 산의 정북쪽 하산 루트에서

유황온천이 계곡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 있는 데, 거기 온천에 몸을 담구며,

사람이 미치지 않는 높은 곳에서 원숭이들이 목욕하는 정경을 본다.

인간 번뇌의 근원이 육근이라면 육근이 없는 원숭이들의 삶은 어떤 것인가.

멋대로 날 뛰는 마음을 사람들은 猿心이라고 표현하지만, 그러나 실상 그 원숭이들은

인간이 손닿을 수 없는 높은 곳에서 유유자적하고 있는 것을.

 

짐작컨데  온 세상을 두르고 난 뒤 도달한 정신의 차원이란 불교적인 차원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