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登柳州城樓寄漳汀封連四州刺史(등류주성루기장정봉련사주자사)/류종원(당)-명시 감상 2,407

한상철 2024. 10. 3. 21:32

登柳州城樓寄漳汀封連四州刺史(등류주성루기장정봉련사주자사)

-유주성 누각에 올라 장주, 정주, 봉주, 연주 네 자사에게 부치다

      류종원(柳宗元)/당

城上高樓接大荒(성상고루접대황) 성 위 높은 누각에서 아득한 황야를 마주하니

海天愁思正茫茫(해천수사정망망) 수심 겨운 생각은 바다와 하늘처럼 정말 망망하네

驚風亂颭芙蓉水(경풍란점부용수) 사나운 바람이 연꽃 핀 물에 미친 듯이 불고

密雨斜侵薜荔牆(밀우사침벽려장) 거센 비가 줄사철이 덮인 성벽에 비껴 내리치네

嶺樹重遮千里目(영수중차천리목) 고개 위 나무는 멀리 보려는 눈을 겹겹이 가로막고

江流曲似九回腸(강류곡사구회장) 굽이치는 강물은 구곡간장 같구나

共來百越文身地(공래백월문신지) 함께 문신을 하는 오랑캐 땅에 왔건만

猶自音書滯一鄉(유자음서체일향) 아직도 편지마저 막혀 있는 고장이라네(번역 한상철)

[通釋] 유주에 도착해 성 위의 높은 누각에 올라 벗들이 있는 곳, 아득히 멀고 황량한 땅을 시선 닿는 곳까지 한껏 바라본다. 자신의 처지가 떠올라 수심에 잠겨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바다같이 참으로 망망하기만 할 뿐이다. 사람을 놀라게 할 만큼 심한 바람이 연꽃 피어 있는 물에 사정없이 불고, 심하게 쏟아지는 비가 줄사철나무 넝쿨이 가득한 성벽에 사납게 들이친다. 고개에 무성하게 자란 나무는 멀리 바라보려는 내 시선을 가로막아 더 이상 보지 못하게 한다. 구비구비 흐르는 강물은 셀 수 없이 얽힌 내 속과 같다. 벗들과 함께 예전부터 오랑캐 땅이라고 하는, 문신을 한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 좌천돼 내려오면서, 그나마 같은 지역이라 소식이라도 통하겠지 하고 생각했다. 아직도 옛날과 다름없이 낙후된 곳이라, 편지조차 닿지 않고, 각자 자기들의 지역에 갇혀 있구나.

柳州(유주) : 현재 광서성(廣西省) 유주(柳州)를 말한다.

漳汀封連(장정봉련) : ‘漳州(장주)’는 현재 복건성(福建省) 장주시(漳州市)이며, ‘汀州(정주)’는 현재 복건성(福建省) 장정현(長汀縣) 일대(一帶)이다. ‘封州(봉주)’는 광동성(廣東省) 봉개현(封開縣) 일대(一帶)를, ‘連州(연주)’는 광동성(廣東省) 연현(連縣), 양산현(陽山縣) 일대(一帶)를 말한다.

接大荒(접대황) : ‘接(접)’은 눈길이 미치다, 눈길이 닿는 곳까지 본다는 뜻이다. ‘大荒(대황)’은 아득히 멀고 황량한 곳을 말한다.

海天愁思(해천수사) : 우수에 가득 찬 생각이 하늘과 바다처럼 끝이 없음을 비유한 표현이다.

驚風(경풍) : 사나운 바람(광풍). (한의학)어린애들의 경련.

薜荔(벽려) : 덩굴식물로 벽을 타고 자란다. 상록(常綠)식물로 장강(長江) 이남 음습(陰濕)한 곳에서 자라 가을에 서리를 맞으면 붉게 변해 낙엽이 된다. 옛사람들은 향초(香草)로 여겼는데 여기서도 고귀한 이미지로 쓰였다.

千里目(천리목) : 멀리 봄. 欲窮千里目 更上一層樓.(눈 들어 천 리를 바라보려, 다시 누각을 한 층 더 오르네.) 登鸛雀樓(등관작루) - 王之渙(왕지환)

江流曲似九回腸(강류곡사구회장) : ‘江流(강류)’는 유강(柳江)을 가리킨다. ‘九回腸(구회장)’은 수심이 마음속에 수도 없이 얽혀 풀리지 않음을 표현한 말이다. 사마천(司馬遷)의 〈報任安書(보임안서)〉에 “장이 하루에도 수없이 얽혀 집에 있으면. 휑하니 무엇인가 잊은 것 같고, 집을 나서면 어디 가는 줄도 모를 지경이었습니다.[腸一日而九回 居則忽忽若有所忘 出則不知所如往]”라는 구절이 보인다.

百越文身地(백월문신지) : ‘百越(백월)’은 百粤(백월)로도 쓴다. ≪通典(통전)≫ 卷184, 〈주군(州郡)14 고남월(古南越)〉에 “오령(五嶺) 이남은 당우(唐虞)와 삼대(三代)시대에 오랑캐 나라에 해당하는 곳으로 백월(百越) 지역이다.[自嶺而南 當唐虞三代爲蠻夷之國 是百越之地]”라고 하였다. 오령(五嶺)은 대유령(大庾嶺), 월성령(越城嶺), 기전령(騎田嶺), 맹저령(萌渚嶺), 도방령(都龐嶺)의 총칭이다. 강서(江西), 호남(湖南), 광동(廣東), 광서(廣西) 등 사성(四省) 사이에 있으며, 장강(長江)과 주강(珠江) 유역의 분수령(分水嶺)이다. 백월(百越)은 민월(閩越) 지역에 있고, 시 가운데 언급되는 오주(五州)가 모두 이 지역에 속한다. ‘文身(문신)’은 고대 남방(南方) 사람은 몸에 꽃무늬 등의 문신을 하는 풍속이 있었다. ≪莊子(장자)≫ 〈逍遙遊(소요유)〉에 “월나라 사람은 머리를 자르고 문신을 했다.[越人斷髮文身]”는 기록이 보인다.

猶自(유자) : ‘여전히, 아직도, 변함없이’라는 뜻이다. ‘自(자)’는 시(是)와 같은 말로 부사형 어미로 쓰였다.

音書(음서) : 편지.

<원문출처> 全唐詩 卷三百五十一 - 38. 登柳州城樓寄漳汀封連四州 本作品收錄於:《唐詩三百首》 登柳州城樓寄漳汀封連四州刺史 作者:柳宗元 / 維基文庫,自由的圖書館

* 네이버블로그 안분지족 인용 수정.(2022.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