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游水鐘寺(유수종사)/정약용(조선)-명시 감상 621

한상철 2020. 7. 9. 08:30

游水鐘寺(유수종사)

-수종사에 노닐며

                             정약용/조선

 

垂蘿夾危磴 (수라협위등) 드리운 댕댕이 넝쿨이 비탈에 끼어

不辨曹溪路 (불변조계로) 조계로 가는 길을 구별하지 못하겠네

陰岡滯古雪 (음강체고설) 그늘 진 언덕에 옛 구름 머물고

晴洲散朝霧 (청주산조무) 맑게 갠 섬에는 아침 안개 흩어지네

地漿湧嵌穴 (지장용감혈) 땅에서는 솟는 물은 골짜기로 흐르고

鐘響出深樹 (종향출심수) 종소리는 깊은 나무숲에서 울려오네

游歷自玆遍 (유력자자편) 산을 주유함이 여기서 시작되니

幽期寧再誤 (유기녕재오) 그윽한 만날 약속 어찌 다시 그릇 되리

 

 

* 다산 정약용의 <수종사기> "수종사는 신라 때 지은 고사로, 절에는 샘이 있어 돌 틈으로 물이 흘러나와 땅에 떨어지면서 종소리를 낸다. 그래서 수종사라 한다"고 전한다. 세조가 1458(세조4)에 지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강원도 오대산에 갔다가 남한강을 따라 환궁하는 도중, 용진강 이수두(지금의 양수리)에서 밤을 맞아 야경을 즐기는데, 운길산 쪽에서 문득 종소리가 들려 그 연유를 알아보게 하니, "폐허가된 천년 고찰이 있고, 암굴에 18나한이 열좌하였으며, 바위틈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종소리를 낸다."고 아뢰니, 세조는 이듬해(1459) 그 곳에 절을 다시 짓고 수종사라 이름하였다고 전한다. 茶聖으로 불리는 초의선사가 양주로 낙향하여 다산 정약용 선생을 만나면, 늘 수종사에서 만나 차를 마셨다고 전한다. "전남 보성 들녘에서 자란 차()로, 수종에서 香을 내다"는 그런 말이 전해 오듯이, 수종사가 차향의 산실로서 예로부터 이름이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도 산사를 찾은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차를 나누어 주는 "삼정헌(三鼎軒)"이라는 茶室이 있는데,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二水頭, 양수리)의 아름다운 정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보며, 한 잔의 차를 마실 수 있다.

* 다음카페 보랏빛 사랑의 노래 박재호 님(2014. 7. 6) 인용 후 수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