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산창·산악시조 제2집 89

29. 광주의 회한

29. 광주의 회한 육각형 자수정에 서기(瑞氣) 촘촘 박혔어도 머리가 깍였거늘 서러움이 가없어라 한풍(寒風)은 뼛속 스민다 장불재여 말하라 * 무등산(無等山1,186.8m); 광주광역시 무등산 호남정맥, 국립공원 내 소재. 자수정 닮은 서석대(瑞石臺), 입석대(立石臺)는 육각형 도장을 박은 듯 아름답다. 뒤에서 보면 머리가 깍인 것처럼 밋밋하나, 광주의 진산(鎭山)으로 경관이 뛰어나다. 광주 학생의거, 격변의 광주사태 등 역사의 현장을 오롯이 지켜보았을 것이다. 정상은 군부대가 있어 출입이 금지된다. 장불재는 시야가 탁트인 개활지 안부로 주위에 억새 군락지가 있고, 증심사를 위시하여 여러 암자와 보물들이 많다. 특산품인 무등산 수박은 만생종으로, 매우 크고 맛있어 고가로 출하한다. 1972년 5월 22일..

26. 김삿갓 묘에서

26. 김삿갓 묘에서 참나리 소반에다 산을 잘게 썰어와 고 수레 한 점 뿌려 난고(蘭皐) 재치 불러올까 섬뜩한 외줄칼날 위 남사당이 춤추고 * 마대산(馬垈山 1,052m); 강원도 영월. 산 남쪽 옥동리 곡동천 위에 김삿갓 묘와 그의 시비군(詩碑群)이 있다. 능선에는 참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 고수레; 사람들이 산이나 들에서 음식을 먹기 전에 먼저 토지신이 잡수시도록 "고수레" 한번 외치면서 음식 술 등을 던지는 주술행위이다. 정확한 유래는 따로 있으나, 지면관계로 생략한다. 山짐승, 들짐승 혹은 벌레들에게 배려한다는 뜻에서 분명 좋은 의식임에는 틀림없다. * 난고(蘭皐); 방랑 천재시인 김삿갓(본명 金炳淵)의 호. 풍자적이면서도, 때로는 외줄 위에 춤추는 광대마냥 섬뜩한 재치로 만인의 심금을 울렸..

25. 초봄의 용궁길

25. 초봄의 용궁길 싸락눈 흩뿌리니 멧토끼 펄쩍 뛰고 춘란은 몸부림쳐 억새파도 출렁이네 낭화(浪花) 핀 자라 등 탄 채 용궁길이 신난다 *오산(鰲山 687m); 전남 화순, 호남정맥. 자라처럼 생겼으며, 정상 부근에 자라목같이 생긴 바위와, 그 일대에 분포한 키 큰 억새밭과 간간이 발에 밟히는 춘란이 참 좋다. 싸락눈발이 몰아쳐 억새군락이 마치 흰 파도(浪花)가 핀 것처럼 아름다우니, 어찌 정맥 종주길이 즐겁지 아니하랴? 자라 대신, 내가 토끼 간을 용왕께 갖다 바칠까? 일명 별산(鼈山-자라 산)이라 한다. * 원래 오산은 큰 바다자라가 등에 지고 있다는 海中의 산으로 仙人이 산다고 함. 한자 '오' 정자는 쓰기 힘든 글자이다. 졸저 산시조 제 2집 산창에서.

23. 규봉(圭峰)의 충절

23. 규봉(圭峰)의 충절 무등산 칠 부 능선 시립(侍立)한 명신이여 상아홀 단아(端雅)한데 쥔 모습은 더욱 좋네 빛고을 지켜온 단심(丹心) 백운(白雲)까지 뻗혀라 * 무등산 규봉(950m); 무등산 정상(1,186.8m)에서 남동쪽 칠 부 능선 쯤 상아홀(象牙笏)처럼 생긴 단정한 바위가 규봉암 내에 있다. 흡사 호남정맥의 최고봉인 명산 광양 백운산(1,217m)을 향하여 시립해 있는 충직한 신하 같은 기품이 있다. 이 연유인지 몰라도 역대 목민관, 어사, 시인, 묵객들의 명문이 바위에 많이 새겨져 있다. 규봉 암자를 에워싸고 있는 돌무리 광석대(廣石臺)는 입석대(立石臺), 서석대(瑞石臺)와 더불어, 무등산 삼대석경(三大石景) 가운데 하나다. * 졸저 산악시조 제2집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