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강산려(汾江散慮) 발문(跋文)
이유걸(李裕杰) 사백(詞伯)의 시서집(詩書輯)에 부쳐
1. ‘분강’은 경북 안동시 도산서원 아래로 흐르는 낙동강 본류이다. 물이 유유하면서도 굽이친다. 좀 더 내려가면 수태극이 휘감아 도는 곳에 분강서원과 애일당(愛日堂) 자리하고 있다. 산하를 지긋이 바라보고 사색하기 알맞은 곳이다. 일명 ‘분천(汾川-부내)’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분강산려’를 쉽게 풀이하면, ‘분강에서 속된 생각을 지워(흩어)버린다’는 뜻이 된다. 이유걸 시인은 소년기에 이런 수려한 풍광 속에서 자라나, 자연을 가까이하고, 관풍(觀風)하는 습성을 익혔다. 이제 고희를 넘긴 나이에 만상(萬象)을 관조하며, 그간 집필한 글과, 서예작품을 총정리하려 한다.
2, 그는 5년 전인 2016년 5월 25일 첫 운문집 『초목도 존엄이 있다』와, 산문집 『서달산』을 동시에 상재했다(신세림 출판사). 2년 반 후인 2018년 12월 31일에는 제2시집 『서래섬에 달이 뜨다』를 간행했다.(도서출판 조은). 3권의 저서 모두 독자로부터 “수수하면서도, 신선하다”는 평을 받아 왔으며, 꾸준히 회자(膾炙)된다. 인품과 문장이 숙성(熟成)의 경지에 이른 지금, 그간 익혀왔든 서예와 함께, 시와 소량의 수필을 같이 묶은 시서집을 발간한다. 감축하는 바이다.
3. 이번에는 서정시 180편, 산문 12편, 서예명구(書藝名句) 85점을 게재한다. 詩는 ‘문방사우(文房四友)‘, ‘아가(雅歌)‘ 외이며, 산문은 ‘사지(四知)‘, ‘나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 등이다. 그중에서, 눈여겨볼 것은 서예작품인데, 그 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했다. 고전명언 85구를 골랐는데, 대부분 『명심보감』의 명구들이다. 이를 각각 서체를 달리해, 해서(楷書), 예서(隸書), 행초서(行草書), 전서(篆書)등 4체로 휘호했으니, 그 정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개별 글자 수는 340여 개이지만, 전체 글자 수는 4천여 자에 달한다. 약술(略述) 하면, 해서는 구양순체(歐陽詢體)로, 예서는 을영비(乙瑛碑)를 바탕으로, 김창동(金昌東) 예서천자문을 참고했다. 행초서는 왕희지(王羲之) 천자문을, 전서는 송병덕(宋炳德) 오체천자문으로 임서(臨書)했다. 그중 대표로 꼽히는 一言不中(일언부중) 千語無用(천어무용)을 살펴본다. 즉, “한 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천 마디 말이 쓸 데 없느리라”이다. 이는 이유걸 시인의 생활신조이기도 하다.
4. 본 옥장(玉章)의 추천은 인산(仁山) 이세규(李世圭) 선생이 맡았다. 그는 현재 ‘공무원문인협회’ 회장이다. 한시인(漢詩人)이자, 전남 장흥이 배출한 한학자이다. 고매한 인격과 범절을 갖춘 선비다. 끝으로, 이유걸 시인은 저간(這間)에 문인화(文人畵)에도 입문했다. 詩, 書를 이미 습득한 데다, 畵까지 갖춘다면, 명실상부하게 시서화(詩書畵) 삼절(三絶)을 구비한, 한국에서 드문 선비로 거듭 날 것임을 확신한다. 필단(筆端-붓끝)에서 광채가 반짝이길 기대한다.
2021. 3. 18(辛丑 仲春)
한상철(韓相哲) 근지(謹識)
* (사) 한국한시협회 회원. (사) 대한산악연맹 서울특별시연맹 이사 역임.
저서로 한시집 『北窓』, 정격 단시조집 『鳶飛魚躍』 외 다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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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강산려> 책 제목도 필자가 지어주었다.

* 경북 안동 분강서원 전경. 사진 다음블로그 무철이네방 안동여행에서 인용.(2017.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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