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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행(信行)

나의 신행 한상철/ 대한산악연맹 이사 IMF 때 방황하던 심신 넉넉히 품어준 산과 사찰 명산.명찰 순례하며 下心 ‘버림의 미학’ 담아 詩作 가을은 산의 계절이다. 불교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산을 좋아하는 산악인으로서 봉우리부터 활활 타오르며 산천을 태우는 단풍의 바다는 그저 황홀한 가을의 잔치다. 그것은 마치 자연이 해탈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한순간 번개같이 선시 한 줄이 떠오른다. “번개를 낚아채는 탁월한 저 선기에/ 가슴에 살 맞은 돌 느닷없이 범이 되어/ 목젖 밑 숨은 돼지를 갈기갈기 찧어놓다.” 조심스럽게 ‘해탈의 경지’라 이름을 붙여본다. 사람은 어려움에 닥쳐야 진정한 불자가 된다는 말은 나의 경우를 예로 든 것 같다. IMF란 국가적 위기는 많은 사람들의 개인의 위기와 직결됐다. 잘나가..

15.칼럼 2006.10.05

연못 속의 풍경

[칼럼/여시아문] 연못 속의 풍경 한상철/ 시인 올 여름 어느 산장에서 일어난 이야기다. “지인(知人)이 보내준 수련(睡蓮) 한 촉. 마당 한 귀퉁이 작은 연못에 뿌리를 내려 꽃을 피우며 잘 자라든 놈이 이번 여름에는 꽃도 피워보지 못한 채 수난을 당하고 말았다” 는 내용인데, 그 사연이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던져준다. 금년 초봄에 개구리 한 쌍이 보금자리를 틀어 새끼도 몇 마리 늘려 놓고, 저녁나절이나 비라도 오는 날이면 구성지게 노래를 곧잘 불러 한 가족처럼 지냈는데, 여름 휴가철이 되면서 민박 온 꼬마 녀석들이 연못 속 개구리를 막대기로 후려치고, 찔러보고, 돌을 던지고, 휘저어 만신창이가 되었다. 개구리는 영문도 모른 채 하루가 멀다 하고 ‘주물탕’을 당하는가 싶더니 며칠 전부터 죽었는지 살았는지..

15.칼럼 2006.10.05

23. 규봉(圭峰)의 충절

23. 규봉(圭峰)의 충절 무등산 칠 부 능선 시립(侍立)한 명신이여 상아홀 단아(端雅)한데 쥔 모습은 더욱 좋네 빛고을 지켜온 단심(丹心) 백운(白雲)까지 뻗혀라 * 무등산 규봉(950m); 무등산 정상(1,186.8m)에서 남동쪽 칠 부 능선 쯤 상아홀(象牙笏)처럼 생긴 단정한 바위가 규봉암 내에 있다. 흡사 호남정맥의 최고봉인 명산 광양 백운산(1,217m)을 향하여 시립해 있는 충직한 신하 같은 기품이 있다. 이 연유인지 몰라도 역대 목민관, 어사, 시인, 묵객들의 명문이 바위에 많이 새겨져 있다. 규봉 암자를 에워싸고 있는 돌무리 광석대(廣石臺)는 입석대(立石臺), 서석대(瑞石臺)와 더불어, 무등산 삼대석경(三大石景) 가운데 하나다. * 졸저 산악시조 제2집 에서